팥죽빛 사랑
팥죽빛 사랑은 본래 새하얬다.
사랑은 인간의 지상명령이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창조되었다. 태초의 사랑은 노력이나 의지의 영역이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인 사랑은 반드시 새하얗다. 많이들 망각하고 살아가지만, 사실 사랑은 이런 형태였다.
붉은빛 사랑이 시작된다. 열정인지 정열인지. 주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붉은색으로 가득 채운다. 빨라진 심장 박동에 맞추어 빠르게 뿜어져나오는 헤모글로빈은 강렬한 맹목적인 사랑의 존재를 반증한다.
불행하게도, 사랑에 검은빛이 더해진다. 잘못된 사랑은 붉은 사랑에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사랑의 불안은 개인을 넘어서 관계에 스며든다. 그렇게 점점 검어진다.
새하얀 도화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붉어지고 나에 의해 검어진다.
잔뜩 탄 팥죽이다. 옹심이도, 단맛도 없는 거무죽죽한 팥주.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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